[1일1식 D+20] 11/8 - 옥천냉면, 문호리, 제2롯데월드.. 예상치 못한 긴 나들이

2014. 11. 9. 15:28Health/1일1식 시즌1 (~141210)

11월 8일 토요일, 날씨 흐림.


나는 몇년 전에 서울의 동쪽 끝에서 서쪽 끝으로 이사를 왔다. 그래서 20대부터 다니던 병원들은 대부분 동쪽 끝에 있는데, 다른 병원은 모두 포기가 되는데 치과만큼은 동쪽 끝의 그곳을 고수하고 있다. 언젠가 이가 시려서 집근처 치과에 갔더니, 아말감으로 때운 내 치아를 촬영하더니, 이거 안쪽이 모두 썩어서 아말감을 다 들어내고 신경치료부터 다시 해야한다고 했다. 문제는 내 치아에는 단순히 때운 것 외에도 브릿지 같은 보철치료까지 되어 있었는데, 이것까지 다 들어내자고 한 것.

세상에 내가 이 브릿지를 할 때 얼마나 개고생을 해가며 오랫동안 신경치료를 받고 받고 받고 또 받고, 잘 때면 이를 가는 습관 덕분에 임시브릿지가 찢어져서 눈물나게 아프고 모냥 빠졌었는데 지금 이걸 나더러 다시 고스란히 하라는 건지. 게다가 원래 다니던 병원의 원장님은 본인의 치아를 최대한 살려야 한다며 브릿지를 힘들게 해주셨는데, 여기는 일단 브릿지 빼보고 상태 안좋으면 곧장 임플란트를 하자는 식이다. 

도저히 못 믿겠어서 원래 다니던 병원에 와서 하소연을 하니, 원장님이 혀만 끌끌 차시며 "잇몸 뿌리 부분이 드러나서 그렇다. 이 부분만 잘 때워주면 될 것 같다"신다. 이런 상황을 겪고나니 1년에 한 번 동쪽 끝의 병원에 가서 스케일링을 하고, 그간 생긴 치아문제들을 싹 손보는 것이 연례행사가 되었다. 여기엔 엄마도 늘 함깨다.

2014년의 예약일은 바로 오늘. 갈 수 있는 날이 토요일 밖에 없다보니, 9월 말에 예약을 했더니 11월 초로 일정이 잡혔다. 아침 일찍 일어나 이불 속에서 뒹굴거리는데 동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옥천냉면 먹으러 갈래?" 당근 ok지 ㅎㅎ


그리하여 치과치료를 마친 우리 모녀와 남동생 부부는 중간지점에서 만나 양평으로 옥천냉면을 먹으러 갔다. 이곳에 올 때마다 이야기하게 되는 남동생의 '납치 에피소드'며, 예전에 마당 한 가운데에 나무가 있던 허름한 한옥집에서 허리 굽은 할머니들이 솥뚜껑에 전을 부쳐내던 그 옛날의 황해식당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도착이다. 밥 때를 지나 한산한 식당에서 진리의 비빔냉면과 반반세트를 흡입하고, 후식을 먹으러 양수리 구길을 거쳐 문호리로 갔다.

전원주택들이 많이 들어섰다더니 문호리는 예전의 드라마 [아들과 딸]에 나오던 그 모습이 아니다. 손님이라고는 우리밖에 없는 한적한 카페에서 차를 마시고 다시 서울로 돌아오는데, 해는 일찌감치 졌는데.. 양평에 올 때는 그렇게나 한산하던 도로가 언제 그랬냐 싶게 대만원이다. 어찌저찌 강변북로까지 왔는데, 심지어 여긴 더 막히네. 그 순간 한강다리 건너로 보이는 제2롯데월드를 보곤 다같이 외쳤다. "우리 저기 갔다가 가자!"


바닥과 벽에 온통 균열이라던 롯데월드는 소문과 달리 엄청나게 사람이 많고 화려했다. 마치 홍콩의 쇼핑몰에 온 것 같은 느낌. 잘 해놓긴 했는데, 그냥 무식하게 크고 다양하고 많고 화려하기만 한 느낌이라, 생각보다는 좀 실망이었다. 약간 중국스러운 화려함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것이 느껴졌다. 실제로 중국인들을 많이 만나기도 했고. 그리고 안전문제와 상관없이 사람이 많았다는 점도 쇼킹했다. 나부터도 그런 논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곳을 찾았지만, 그래도 여기저기 살펴보게 되던데 에스컬레이터에서 내 뒤에 서 있던 커플은 안전하기만 하다며 롯데를 죽이려는 음모론이라고 하더라. (음.. 그건 아닌거 같은데 말이지 ;;) 

어찌되었든, 서울 서쪽에서 출발하여 동쪽 끝의 병원에서 시작된 여정은 롯데월드에서 대미를 장식했다. 뭔가 되게 찰지게 놀았다는 기분이다. 내일은 푹 쉬어야지.


오늘 뭐 먹었지?




클럽 샌드위치 1개 (오전에 1/2, 저녁에 1/2)

카페라테 2잔

옥천 비빔냉면 1인분

수육, 동그랑땡


오늘 얼마나 걸었지?

10,197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