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1식 D+12] 10/31 - 밥벌이의 괴로움

2014. 11. 2. 15:51Health/1일1식 시즌1 (~141210)

10월 31일. 금요일. 날씨 맑음


올해는 회사에서 유독 조직개편이 잦았고, 규모도 범위도 컸다. 때문에 나 역시 여러가지 변화를 겪었고, 아직도 극심하게 겪고 있는 중이다. 이 혼란이 하루빨리 끝을 맺고, 나도 땅바닥에 발 붙이고 제대로 일을 좀 했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한 요즘이다.

푸념을 조금 더 하자면, 조직개편을 하려면 제발 좀 업에 대한 속성을 아는 사람이 판을 짰으면 좋겠다는 것. 실제 일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큰 그림을 그리고 판을 짜다보니, 게임은 늘 힘의 논리로 귀결된다. 그러다보니 늘상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일이 생기거나, 혹은 반대로 누가 해도 상관없는 일이라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생겨난다. 무 자르듯 모든 것이 명쾌한 R&R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은 이미 누구보다 잘 알지만, 그래도 이건 좀 너무하다 싶을 때가 있다. 지금처럼.


어찌되었거나, 이 조직개편의 결과로 나는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조직에 잠시 몸담게 되었다. 그리고 덕분에(?) 아무런 사전설명 없이 회의 30분전에 참석공지를 받고 한 미팅에 참석하게 되었다. 또한 덕분에 그 미팅이 끝난 뒤에 당초의 계획과 달리 회의참석자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게 되었다. 

그렇다, 나는 지금까지 저녁1식이 예정되어있던 오늘 왜 점심을 먹을 수 밖에 없었는가에 대해 이토록 장황하게 설명한 것이다. 뭐, 신세한탄쯤이라고 해두자. 밥 먹은 것도 억울한데 처음 보는 다른 회사분들과의 서먹한 점심식사였으니, 이 정도 신세한탄쯤은 해도 되지 않으려나. ㅎㅎ


하지만 점심을 먹고도 고단한 갑근세 라이프로 인한 스트레스는 끊이지 않았다. 나로서는 당최 이해할 수 없는 R&R과 디렉션에 롤러코스터를 타듯 감정이 오르락내리락한 하루였다. 그저 빨리 하루가 지나서 주말이 오기를 바랄 밖에.

나의 1일1식을 누구보다 지지해주는 친구는, 내가 상황상 어쩔 수 없이 점심을 먹었다는 말에 먼저 저녁약속을 취소하자고 해주었다. 원래는 나도 못이기는 척 그러자고 했지만.. 이런 하루를 겪고나니 머릿속에 떠오르는 떡볶이의 유혹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그녀에게 외쳤다. "안되겠다, 오늘 우리 떡볶이 먹자"


홍대에 있는 즉석떡볶이 집에서 친구를 만나 하루동안의 이야기를 나누며 떡볶이와 튀김과 볶음밥을 연달아 해치우고, (이름은 까먹었지만) 요새 굉장히 뜨고 있다는 아이스크림집에서 매운맛이 나는 초코아이스크림을 먹고, 스카프가 사고싶다는 친구를 위해 상수동과 홍대 일대를 쥐잡듯 누볐다. 그리고 마무리는 로스팅을 직접 한다는 커피숍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이렇게 하루를 보내고나니 하루종일 무거웠던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진다. 

10월 31일이 이제는 '지금도 기억하는 10월의 마지막 밤'이 아니라, 온갖 기괴한 분장을 한 사람들 때문에 몇번씩이나 소스라치게 놀란 할로윈데이로 기억되는 것이 아쉬웠지만. 그래도 나는 여고생처럼 깔깔대며 떡볶이를 먹고 쏘다니며 쇼핑을 했던 이 밤 덕분에 또 한주를 바쁘게 살아갈 힘을 얻은 것 같다.


다음주에는 좀 더 나은 한 주가 펼쳐지기를.



오늘 뭐 먹었지?

낙지볶음 덮밥 1/2인분

아이스아메리카노 1잔 (여기까지가 점심)

계란 1개

즉석떡볶이 1인분

김말이 1/2개, 오징어튀김 1/2개, 만두 1개

아이스크림 더블컵 1/2

아이스 아메리카노


오늘 얼마나 걸었지?

14,160 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