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한 뷰티] 샤워 후에는 바디마사지를 하자

2015. 1. 7. 01:21Health/소심한 운동

나는 유난히 몸이 건조하다. 얼굴과 두피는 지성인데, 몸만 유독 건성이라서 머리는 늘상 떡져있는 주제에 몸 여기저기에는 버짐이 핀다. 몸 아래로 내려갈수록 이 건조함은 극에 달해서 겨울이 되면 사포 수준으로 까칠해지는 발뒷굼치 관리하는게 꽤 고되다. (까칠한 뒷굼치 때문에 스타킹 올이 주르륵 나가버려서 아침 댓바람부터 궁극의 빡침을 느껴본 적 있으신지!)

그래서 겨울이면 샤워 후에는 치덕치덕 바디로션(혹은 크림)을 바르는 게 일이다. 공들여 바른다기 보다는 그냥 몸 위에 로션을 척척 얹는 수준으로 바르고 후다다닥 옷을 입어버린다. 그러다가 어느 해에 누군가 오일이 좋다는 얘기를 하기에 바디오일을 발라봤는데, 이게 흡수가 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건 물론이고.. 계속 바르다보니 피부가 막 벗겨지더라. 기름기가 다 날아간 뱃살에 허옇게 일어난 피부를 보며 어찌나 황당했던지. 결국 그 일이 있은 후 내가 다시 열혈 바디로션 신봉자로 컴백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또 누군가가 오일을 바른 다음에 바디로션을 발라보라고 했다. 어차피 쓰다가 남은 바디오일이 두개나 있는 상황이니 손해볼 것은 없었다. 샤워 후에 물기가 그대로 남은 몸에 오일을 바르고 그 오일이 모두 스며들기 전에 바디로션을 발랐다. 물 위에 기름, 그 위에 로션을 발랐으니 자연히 쑥쑥 흡수될 리가 없다. 그래서 그 시간을 기다리기가 애매해서 여기저기 마사지를 하기 시작했다. 피부가 영양을 쭉쭉 빨아들이기를 바라며 이곳저곳을 정성스레 마사지했는데, 이게 의외의 수확이 있다.


사진출처 : https://pilatesmastery.wordpress.com/category/massage-and-trigger-point/


우선, 내 몸을 알게 된다. 씻고나서 건성건성 몸에 로션을 바르던 때와 달리 이곳저곳 살뜰히 마사지하다보니 나도 모르는 내 몸의 특징을 알게 된다. 아, 나는 이 부분이 이렇게 생겼었구나.. 아, 나는 원래 이러저러한 체형을 가지고 있는데 살에 묻혀있구나(!).. 등등 내 몸에 대해 새삼스레 알게 되는 구석이 많다.

그리고 그렇게 알게된 몸의 변화에 예민해진다. 어제보다 오늘 배가 좀 들어갔구나, 어제 좀 많이 먹었더니 오늘은 배가 빵빵하구나, 오늘은 몸이 좀 부었구나.. 여기에는 뾰루지가 났었네, 아침에 문에 부딪혔는데 멍이 들었구나.. 등등 내 몸의 변화를 즉각 알아차리게 된다. 그리고 마사지 효과가 있는 모양인지, 종아리의 부기가 꽤 많이 가라앉았다. 흐흣.

또한 마사지를 하는 동안, 뭐랄까.. 내가 나를 굉장히 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남이 해주는 마사지 못지 않은 만족감이 있어서, 요새 하루 중 제일 좋아하는 때가 따뜻한 물로 샤워한 뒤에 찬 물에 헹군 차가운 손으로 오일마사지를 할 때이다.  피곤한 하루를 무사히 보낸 나 스스로에게 주는 상처럼 느껴지는 순간.

마지막 효과는 피부의 변화다. 여름부터 갑자기 보이기 시작한 닭살이 거의 사라졌고, 내가 만져봐도 감탄스러울 정도로 피부가 매끄럽고 탄탄해진 느낌이다. 예전에는 아무리 이것저것 발라도 겨울피부는 푸석푸석한 느낌이고, 다리엔 허옇게 각질이 일어났는데, 요새는 이게 과연 겨울피부인가 싶을 정도로 촉촉하고 빛이 난다. 

큰 돈 들이지 않고 할 수 있는 소소한 뷰티팁이니, 극건성 피부를 가진 분들이라면 꼭 실행해보시길.


참고로 오일과 바디로션 모두 각각 3종류를 써봤다. 사실 워낙 뒤죽박죽 섞어쓰는거라 제품은 뭘 써도 크게 차이가 없는 듯 하다. 중점을 둬야 할 것은 '향'이다. 고소한 곡물향이 나는 바디오일을 쓰고나서, 라벤더 향이 풀풀 나는 바디로션을 발랐더니 몸에서 참 심란하면서도 오묘한 향이 나더라. 물론 향이 강한 제품들이 아니라 하룻밤 자고나면 다 날아가지만, 바르는 동안의 행복한 기분까지 생각하면 향은 단연코 중요한 덕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