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1식 시즌2 D+52] 2/2 : 1일1식 104일의 기록

2015. 2. 4. 01:47Health/1일1식 시즌2 (~150202)


요새는 하루가 정신없이 지나간다. 9시 50분에 사무실에 도착해서 차 한잔 마시며 하루동안 할 일을 정리하고나면, 10시 30분부터는 프로젝트 일간회의가 시작된다. 각자 자신이 하루동안 할 일을 이야기하고, 어제 한 업무의 진척을 서로에게 리포트한다. 이 회의는 대개 1시간 정도면 끝나지만, 좀 더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사안이 있는 경우에는 오전 시간이 통째로 날아가기도 한다. 회의를 끝내며 "식사 맛있게 하세요"라며 뿔뿔이 흩어지기도 하는데,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었다. 일간 회의를 하고도 이슈가 많아 머리를 맞대고 앉아 한참 동안을 상의하고나니 어느새 밥시간이다.

사실 이 프로젝트는 일정이 상당히 빠듯해서 수시로 모여서 이런저런 상의들을 하게 되는데, 오후에는 다같이 모여앉아 20대나 되는 단말에 넘버링을 하는 가내수공업 작업까지 했다. 하드웨어가 결부되는 프로젝트를 하다보니 정말 별의별 일을 다 하게 되는구나 싶다. 단말제조사를 수배하고 그 즉시 사무실로 찾아가서 다짜고짜 테스트부터 하지 않나, 기획자 개발자 디자이너가 모여앉아 단말포장을 뜯고 하나하나 번호표 붙이는 작업을 하질 않나. 나름 신세계라 한편으론 웃프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좀 신선..하기도 하다.


오늘은 대망의 1일 1식 시즌2 마지막 날이다. 사실 완벽한 1식은 아니었다. 게다가 지난주에 예기치 않은 2-3식 연타로 인해 감량추세에 접어들었던 체중은 다시 조금 올랐다. 하지만 104일동안 1일 1식을 하면서 얻은 성과는 하루이틀 먹었다고 해서 그 자리에 주저 앉아버리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예전의 나는 사실 한 번 무너지면 모든 것이 와르르르 전부 다 무너지는 타입이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굉장히 생생하게 기억하는 다이어트 대실패의 기억이 있다. 20대 초반의 이야기인데, 몇달간 친구도 안 만나고 집에서 절식하고 운동을 해서 정말 꿈의 몸무게를 찍었던 시절이었다. 여담이지만 그 당시의 나를 만났던 친구의 친구는, 수년 후의 살찐 나를 보고 '아니, 그 예쁘던 애가 어떻게 저렇게 망가졌냐'고 했단다. (절대 자랑이 아니다) 아무튼 당시에 친구들이 너무도 그리웠던 나는 딱 하루만 친구들과 놀겠다며 주당친구들을 만났다. 나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하며 실컷 술을 마셨는데, 달려도 너무 달렸는지 내 다이어트는 그 날로 끝나버렸다. 잘 빼다가도 체중이 상승곡선을 그린다 싶으면 주저 앉아버리는 다이어트 패턴의 서막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실 내가 한 번의 실수를 용납하지 못할 만큼 스스로에게 가혹한 타입도 아닌데 (그랬다면 살이 찔 리가 없었겠지), 다이어트에 있어서만큼은 왜 이리도 빡빡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은 좀 다르다. 하루이틀 좀 더 먹어도, 내일과 모레 덜 먹으면 다시 체중도 혈당도 내려간다는 것을. 전체적인 추세를 보면 될 뿐이지, 하루하루의 0.1킬로그램 단위의 무게에 연연해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물론 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아침마다 체중을 잴 때마다 성에 차지 않는 숫자를 만나게 되면 투덜대곤 하지만, 그 뿐이다. 이런 마음의 변화가 100일동안 얻게된 가장 큰 소득이라고 하겠다.

사실 어느 순간부터는 내 식사패턴은 1식이라기 보다는 간헐적 단식에 가까워지고 있다. 칼같이 딱 한끼만 먹기에는 너무 힘들어서 한끼의 개념에 간식이나 후식을 포함시켜서 범주를 좀 넓게 잡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16시간 동안 금식하고 8시간동안 먹는 16:8과 흡사해졌다. 더 정확히 말하면, 내 경우에는 20시간 금식하고 4시간 동안 먹는 20:4라고 할 수 있겠다. 10시에 출근해 아침을 먹는 날은 2시까지, 12시 30분에 식사를 하는 날은 5시까지 간식을 허용한다. 물론 1-2시간 정도의 오차가 있긴 하지만, 되도록 4시간 이상은 먹지 않도록 주의하고 있다. 차나 엽록소 드링크는 금식 중에도 마시고 있고, 가끔 뭔가 마셔야만 하는데 커피밖에 없는 상황에는 (의외지만 이런 경우가 실제로 있더라. 미팅을 하러 카페에 갔는데 티 종류가 없는 집이라던지) 예외적으로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1일 1식도 하다보니 내 스타일이나 상황에 맞게 계속 변형해나가게 된다. 그래서 1일 1식과는 거리가 멀어졌다고 해도 나는 계속 이것을 1일 1식이라 우길 것이다.

내일부터는 시즌3에 돌입한다. 시즌3 중간에는 설연휴가 끼어있어서 지뢰밭을 만난 기분이긴 하지만, 설사 무너지더라도 또 다시 시작하면 되지. 아무렴.



-아침 : 바나나, 귤 (8,000원 / 프로젝트 멤버들과 함께)

-점심 : 해물 치즈 파스타, 고르곤졸라 피자 (15,000원)

-총 사용금액 : 23,000원


-걷기 : 총 4,799 걸음

-발목운동 : 아침 발목펌프 20분 + 저녁 발끝치기 15분


-아침 공복 혈당 : 118mg/dL (OMG ㅠㅠ)

-취침 전 혈당 : 114mg/d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