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1식 시즌3 D+15] 2/17 : 칭다오 모녀여행, 산동성에서 광동요리를

2015. 2. 20. 04:39Health/1일1식 시즌3 (~150326)



역시 좋은 호텔은 침대와 침구류가 예술이다. 할 수만 있다면 통째로 집으로 들고가고 싶은 침대에서 꿀잠을 자고 (엄마는 샹그릴라의 베개에 꽂히셨다), 1층 레스토랑으로 조식을 먹으러 나왔다. 종류는 다양한데, 뭔가 많이 먹을만한 무언가는 없다. 국가별 섹션도 잘 되어 있고, 맛도 모두 평균이상이지만 아침에 가볍고 편안하게 먹을만한 베이직이 좀 부족하다는 느낌. 종류가 많지 않아도 정말 조식스러운 메뉴들로만 채워진 곳보다 외려 덜 먹게되는 기분. 반면에 좋았던 점은, 커피를 포트 채로 가져다 준다는 점이다. 차와 커피 중 원하는 음료를 고르면 사진에 보이는 스테인레스 포트 가득 채워서 가져다준다. 리필 걱정 없이 아메리카노를 충분히 마셔주니 뭔가 정신이 번쩍 드는 것 같다.





오늘의 첫 여행지는 '빠다관'이라고 발음되는 팔대관이다. 여덟개의 길로 이루어진 거리인데, 과거 강대국들이 칭다오를 점령하고 있던 당시에 각국의 지도층들이 이곳에 별장을 지었던 곳이다. 그래서 지금도 수많은 나라들의 건축양식을 볼 수 있는 아름다운 거리가 되었다. 주택 중에는 아직도 부유층이 거주하는 곳도 있지만, 호텔이나 식당으로 탈바꿈한 곳도 있고 관광지로 개발되어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야 하는 곳도 있다. 그 중에는 장개석의 별장이었던 화석루도 있는데, 아쉽게도 설 연휴로 인해 이곳은 문을 닫았더라.

팔대관, 칭다오 제2해수욕장, 화석루로 이어지는 긴긴 산책(및 셀카퍼레이드)을 마치고 소요산 공원으로 향했다. 택시기사가 엄한 곳에 내려주는 바람에 좀 걸어야 했지만, 덕분에 소요산 공원에서 내려다보이는 독일양식의 건물들 사이를 직접 걸어볼 수 있었다. 고즈넉한 분위기의 한적한 주택가를 걷는데, 차도에 닭들이 걸어다녀서 깜놀했다. ㅎㅎ 닭들이 차도에서 산책하는 도시라니! 햇살이 좋은 날이었는데도 스모그가 강해서 비록 전망이 좋지만은 않았지만, 그래도 사진으로 보던 칭다오의 주황색 지붕들을 내려다보고 있자니 참 아름다운 도시구나 싶다. 소요산 공원 근처를 걷다보면 '예술가마을'이라는 안내판을 볼 수 있는데, 중국에서 문인들을 많이 배출하기로 유명한 칭다오에서도 이 동네는 유독 문인들이 많이 살았던 곳인 것 같았다. 해변가로 걸어내려와보니 우리가 걸었던 그 길 사이사이에 유명한 문인들의 집이 있었더라.

엄마와 해변에 나란히 앉아 인천공항에서 사온 오렌지주스를 사이좋게 나눠 마시고, 이번엔 쇼핑을 해보자며 찌모루 시장으로 갔다. 짝퉁시장으로 유명한 곳인데, 과연 한국사람들이 많이 가는지 광장에 '한국인 만남의 광장'이라는 팻말도 보인다. 하지만 겉모습은 그럴싸보이는 시장 안으로 들어갔더니, 이건 뭐 영락없는 동대문시장이다. 게다가 실내시장인데도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은 또 어찌나 많은지. 재미로 파우치라도 몇가지 사볼까 싶기도 했는데, 들어가서 슥 훑어보고나니 그냥 여긴 좀 아니다 싶은 생각이 지배적이다. 결국 거기까지 가서 춘절용 장식용품만 죽도록 구경하고 점심을 먹으러 피차이유엔으로.





생긴지 100년이 넘었다는 꼬치음식 골목 피차이유엔. 하지만 춘절을 앞두고 있어서인지 대부분 문을 닫았다. 문을 연 집 중에서 괜찮은 곳을 물색하는데 유독 영업을 잘 하는 아저씨에게 이끌려 한 식당으로 들어갔다. 새우배추볶음, 바지락볶음과 꼬치구이를 주문했는데.. 모든 음식이 맛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양꼬치는 진짜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먹었던 양꼬치 중 최고였다. 냄새도 강하지 않으면서 양고기의 기본은 제대로 지킨 완벽한 꼬치구이. 후추만 간단히 뿌리고도 어쩜 이런 맛이 나는지 앉은 자리에서 후딱 한 꼬치를 해치우고 추가주문을 했다. 아, 정말 조리법을 배워오고 싶더라.

이 근방이 완전 진짜 구시가지인 듯 해서 밥먹고 커피마시고 소화도 시킬겸 좀 걷다보니 어디서 많이 본 건물이 보인다. 바로 천주교당. 마침 다음 코스로 가려고 했던 곳인데, 택시를 탔다가는 괜히 기본요금만 낼 뻔 했다. 성당에 들어가 기도도 하고 둘러본 뒤에, 천후당과 잔교를 둘러보고나니 어느덧 오후 6시가 되어간다. 왠만한 관광지는 다 둘러본 것 같고, 이젠 뭐 딱히 가고 싶은 곳도 없다. 마침 배가 싸르르 아픈 것이 화장실에 가야 할 것 같아 두번 고민하지 않고 호텔로 돌아왔다. 쾌변도 하고 TV도 보면서 호텔에서 한시간 정도 뒹굴거리다가 택시를 타고 딤섬을 먹으러 갔다. 이렇게 일정 중 호텔로 돌아와 뒹굴거리는 것은 내 여행사전에는 없었던 일이지만, 이게 또 은근 해보니 매력이 있다. 뭔가 에너지를 보충해서 다시 시작하는 느낌이랄까.




산동요리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는 칭다오에서 왜 광동요리를 먹어야 했냐고 묻는다면 할 말이 없다. 하지만 딤섬은 음식에 대한 터부가 심한 편인 엄마가 십수년에 걸쳐서 익숙해진 음식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내가 완전 사랑하는 음식이다. 몇달째 계속 딤섬을 먹고 싶어했었는데 칭다오에 잘하는 곳이 있다니 어찌 아니 올 수 있겠는가 ㅎㅎ

해신광장이라는 명품쇼핑몰 지하에 있는 디엔디엔신이라는 레스토랑인데, 이 해신광장이 굉장히 재미있다. 건물 자체의 구조가 타임스퀘어에 있는 레인크로포드를 연상시키는데다, 지하에 입점한 브랜드들이 홍콩 출신들이 많다. 허니문 디저트도 있고, 크리스탈 제이드도 있다. 사실 크리스탈 제이드 간판을 보는 순간 잠깐 흔들렸지만, 저건 회사 앞에도 있으니까 하며 디엔디엔신을 찾았다. 생각보다 딤섬종류가 다양하진 않지만, 모든 음식이 맛있었다. 홍콩에서 먹는 것 같았다고 하면 솔직히 그건 뻥이다. 초이삼은 소스가 부족했고, 하가우는 반죽이 좀 두꺼웠다. 내가 제일 사랑하는 딤섬인 창펀은 이미지컷이 좀 별로라 아예 주문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칭다오에서 먹었던 음식 중 제일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만약 또 다시 칭다오를 찾는다면 이곳은 반드시 가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딤섬을 먹은 뒤엔 허니문 디저트에서 망고플레이트를 먹고, 지하슈퍼에서 향신료와 동화책을 샀다. 계산대 앞에 미니 책코너가 있었는데, 장국영 사진이 대짝만하게 걸린 임청하의 자서전이 있어서 살까 말까 고민을 하다가 그냥 놓고 왔는데.. 이제사 좀 후회가 된다. 임청하의 자서전 대신 고른 것은 어린이용 '논어'와 '중국우화전집'인데, 돌아와서 잠깐 읽어보니 논어가 의외로 어렵다. 아이, 그냥 임청하 자서전 사올걸.



-아침 : 호텔 조식

-간식 : 오렌지주스

-점심 : 새우배추볶음, 바지락볶음, 양꼬치 2개, 돼지고기 꼬치 1/2개, 밥 1/3공기

-후식 : 아이스라테

-저녁 : 하가우, 샤오마이, 연잎밥, 양주볶음밥, 초이삼

-후식 : 망고 플레이트


-걷기 : 22,802 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