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1식 시즌3 D+16] 2/18 : 칭다오 모녀여행, 택시아저씨와 폭풍수다

2015. 2. 20. 04:56Health/1일1식 시즌3 (~150326)

아침 9시 50분 비행기를 타고 돌아와야 한다. 덕분에 오늘도 새벽밥을 먹고 출발해야 한다.

일찌감치 일어나 호텔 조식을 먹고 체크아웃을 한 뒤, 호텔에 공항까지 타고 갈 택시를 불러달라고 했다. 원래는 버스를 타고 갈 계획이었는데, 전날 춘절휴가라며 문을 열지 않는 상점들을 너무 많이 보기도 했고, 택시 아저씨 중 하나가 내일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말에 '차를 잡기 힘들거다'라고 조언해주었던 것이 내내 마음에 남았다. 그런데 꽤 오래 기다려도 택시가 오지 않는다. 직원들끼리 하는 말을 들어보니 '다시 한 번 전화해봐라'라며 자기들도 뭔가 초조해하는 눈치다. 그러다 안되겠는지 좀 더 선임인 것 같은 직원이 오더니 "오늘은 영업 자체를 하는 차가 많지 않다. 조금만 기다려달라"며 양해를 구한다. 그렇게 한 10분쯤 더 기다리니 드디어 택시가 온다. 어쩐지 우리보다 호텔 직원들이 더 반가워하는 눈치다.


그런데, 춘절연휴가 시작되는 새벽에 일을 하러 나온 택시 아저씨는 아무래도 많이 피곤하셨나보다. 고속도로에 접어들고나니 대놓고 졸기 시작하는데 더럭 겁이 난다. 사탕을 드려봐도 잠깐 반짝하는가 싶더니 다시 존다. 결국 안되겠어서 아저씨에게 이런 저런 말을 걸기 시작했다. 춘절인데 집에 안가시냐, 아이는 있으시냐 등등.. 그렇게 별의별 이야기들을 다 하기 시작했다. 아저씨 나이는 마흔 여덟이고, 올해 스물세살짜리 아들이 있고, 고향은 칭다오에서 300킬로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데 춘절이 지난 뒤인 토요일에 갈 예정이라고 했다.

칭다오에서 택시로 여행을 하면서 내가 외국인이라는 것을 안 택시 아저씨들이 공통적으로 물었던 말이 있다. "한국은 언제가 설날이냐"는. '중국과 같다'고 하면 다들 '근데 여행을 오나' 싶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공식처럼 던져지는 그 다음 질문 "그럼 한국에선 설날에 뭐 먹어?". '중국처럼 만두를 먹는다'고 하면 굉장히 즐거워한다. 이 아저씨와도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심지어는 장국영 얘기까지 꺼내고나니 드디어 공항에 도착. 엄마가 고생한 아저씨에게 팁을 주라셔서 거스름돈 대부분을 팁으로 드리고 돌아서는데, 굉장히 고마웠는지 여러번 고맙다는 말을 되풀이한다. 서로 "새해 복 많이 받으라" 인사하며 헤어지는데, 마음이 짠하더라.


2박 3일. 그것도 3일째 아침에 돌아오는 대단히 짧은 여행이었지만, 첫 중국여행이라 그런지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내가 외국인인 것을 빤히 알면서도 일단은 중국어부터 던지고보던 사람들 때문에 (심지어는 호텔에서도) 처음엔 좀 당황했지만, 덕분에 돌아올 때 쯤 되니 중국어가 조금 더 많이 들리기 시작했다. 반쯤은 정신줄 놓고 멍하니 앉아있는데 공항에서 하는 안내방송이 줄줄 들리는 것을 보니 나름 하드트레이닝이 되었나보다 싶기도 하다.

다음번 여행도 중국으로 갈까 싶은데, 벌써부터 어디로 갈까 고민이 되기 시작한다.



-아침 : 호텔 조식

-점심 : 알탕


-걷기 : 6,319 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