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1식 시즌3 D+35] 3/9 : 너, 더럽게 살 빠졌다

2015. 3. 14. 01:11Health/1일1식 시즌3 (~150326)



오늘은 몇 년 전에 자취할 때 함께 살았던 플랫메이트와 점심을 먹었다. 이 친구와는 같은 동네에서 근무를 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생각보다 함께 밥을 먹게 되질 않는다. 그보다는 커피를 마시러 가는 길에 담배를 피고 있는 친구를 보게 된다거나, 지나가는데 누가 내 별명을 불러서 돌아보면 그 친구이거나, 그렇게 오가며 마주치는 일이 더 많았다. 한때는 매일매일 한솥밥을 먹던 사이인데도 이렇게 소원해지다니. 사람일이라는 것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구나 싶다.

그런데 오늘 이 친구에게 참 기쁜 이야기를 들었다. 같이 초밥을 먹고 커피숍에 가서 외투를 벗었더니, 날 물끄러미 보더니 "너 더럽게 살 빠졌다"라며 시크 넘치는 칭찬을 해준다. 지난해 12월 중순에 보고 3개월 만이니, 나름 정확한 판단일 것이다. 게다가 이 친구가 살이 찌고 빠지는 것을 예민하게 캐치하지 못하는 타입이고, 게다가 남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진짜 육안으로 보기에도 변화가 확실하구나 싶다. 요새 조금 느슨해져서 불안하던 차였는데, 이렇게 칭찬을 듣고나니 다시 가열차게 달려보자는 마음이 생긴다. 


사실 내가 살이 급격하게 쪘던 시기는 그 친구와 함께 했던 자취기간이었다. 철딱서니 없는 30대 셋이 모여 살다보니 매일 생각하는 것이라곤 무슨 재미있는 일이 없을까 하는 것이었다. TV를 보다가 만두에 꽂히면 그 자리에서 장을 봐다가 만두를 빚어먹고, 손님이 오면 잘 재우기는 커녕 밤새 고스톱을 치고, 잠들기 전에 '딱 한 판만' 하자며 시작한 마리오카트를 해지기 직전까지 해대고, 술에 취해 IPTV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노래방 서비스를 틀어놓고 고성방가를 하기도 했던. 지금 생각하면 지극히 에피쿠로스적인 시간이었다. 그러다 보니 살이 엄청나게 쪄버렸다. 어찌되었거나 내 인생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2년이었다.

함께 살았던 두 친구는 지금도 함께 자취생활을 하고 있고, 언제든 내 상황만 허락을 한다면 언제든 돌아오라고 한다. 마침 방도 하나 비어있다며. 그렇게 할 수 있다면 나는 예전과 비슷한 삶으로 되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을 실행에 옮기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겠지만.. 그렇듯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곳과 나를 받아주는 이가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구나 싶다.



-점심 : 생선초밥, 소우동, 아이스라떼

-간식 : 밀크티


-걷기 : 총 11,677 걸음

-태극권 : 아침 10분 + 저녁 1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