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1식 시즌2 D+26] 1/7 : 엄마와 갈비탕

2015. 1. 8. 22:08Health/1일1식 시즌2 (~150202)

살면 살수록 모녀지간은 정말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사이인 것 같다. 애증이라는 단어로 심플하게 설명하기에는 너무 복잡다단하다. 언젠가 이 오묘한 감정들을 글로 오롯이 풀어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월요일에 함께 저녁을 먹고 도서관을 가기로 했다가 약속시간 직전에 엄마가 변덕을 부리고, 그런 엄마의 변덕에 내가 평소보다 격하게 반응하면서 우리 모녀사이는 급 냉각되었다. 단 둘이 사는데 둘 사이가 얼어붙으면 집에 있는 것 자체가 불편해진다. 예전에는 이런 경우 엄마가 먼저 화해의 손을 내밀었지만, 엄마가 우울증을 앓기 시작하면서부터는 화해 제스처는 내 몫이 되었다. 이번에도 냉각기간이 더 길어지면 엄마의 심리상태에 더 영향을 줄 것 같아서 화요일 밤에 "내일 점심 드시러 나오실래요?"라고 밑밥을 던졌다. 그랬더니 눈치 빠른 우리 엄마, "그럴까?"라고 답하며 어제는 미안했다고 사과를 하신다. 또 이렇게 스르륵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녹아내리는 우리 모녀.

그리하여 점심시간에 맞춰 엄마가 회사 앞으로 오셨다. 집 앞에서 버스를 타고 다섯 정거장만 오면 회사이기에 가끔 이렇게 점심을 먹곤 한다. 요즘 '맛있는 갈비탕'을 찾으시기에 상암동의 핫플레이스인 MBC 지하의 "가마골"을 찾았다. 날이 무척 추웠던데다 계속 갈비탕 얘기를 해와서인지, 그야말로 정신없이 드시더라. 맛있게 잘 드시니 기분이 좋으면서도, '이까짓 갈비탕이 뭐라고 저렇게 허겁지겁 드시게 만드나' 싶어 마음이 짠하기도 했다. 이번 주말엔 엄마와 공연도 보고 전시회도 가기로 했으니 맛있는 것 많이 찾아 먹어야지.



뜨거운 갈비탕을 폭풍흡입하고서 근처 빵집에서 커피 한잔과 페스츄리를 정겹게 나눠먹고 헤어졌다. 엄마 쫓아서 집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오후에 주렁주렁 매달려있는 회의일정을 생각하며 총총거리며 돌아왔다.


갈비탕 1인분, 아메리카노 1/2잔, 밤 패스츄리

총 5,897 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