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1식 시즌3 D+24] 2/26 :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이별은 가족과의 이별

2015. 2. 27. 02:27Health/1일1식 시즌3 (~150326)



점심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시간, 회사 동료가 상을 당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심지어 형제 상. 그 동료가 내 또래이니, 그 윗 형제라고 해봐야 나와 나이차가 크지 않다는 이야기다. 아, 이제는 내 또래의 문상도 가게 되는구나 싶어 아찔하다. 퇴근 후에 상가집에 가서 파리한 얼굴의 동료를 보니 새삼 가족을 잃었던 내 지난날들이 떠오른다.


내 생애 첫 이별을 경험하게 해주었던 할아버지는 하늘이 징그럽게도 높아보이던 열 살의 가을날에 돌아가셨다.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온 일가친척이 우리집 안방에 모여 할아버지와 작별인사를 했다체육수업이 있던 토요일이라 흰색 운동복을 입고 꺼이꺼이 울었더랬는데, 어린 아이가 저렇게 울다가는 뒤로 넘어가겠다 싶었는지 어른들이 대뜸 내게 아이스크림 콘을 쥐어주었었다. 녹아내리는 아이스크림을 부여잡고 울다가 한 입 먹었는데, 어라 이 와중에도 아이스크림이 맛있네 싶어서 어린 마음에도 참 어이가 없었다.

중풍과 치매를 앓다 돌아가신 할아버지는 돌아가시기 수년 전부터 제정신이 돌아오면 장황한 유서를 남겨서 온가족을 기함시키곤 했다. 누구야 잘 있어라, 누구야 무엇무엇을 잘 부탁한다.. 이런 글들이 빼곡히 적힌 할아버지의 유서는 처음엔 온가족을 오열하게 만들었지만, 그게 몇 번 반복되고나니 아무도 신경쓰는 사람이 없는 연례행사가 되어버렸다. 어쨌든 그동안 글로 할 말씀은 다 전했다고 생각하셨던 것일까. 정작 돌아가시던 날의 할아버지는 아무런 인사도 남기지 않았다. 그래서 뒤늦게 온가족이 둘러앉아 그간 할아버지가 쓰셨던 유서를 돌려보며 울었던 기억이 난다.


아버지를 여읜 것은 스물여섯이 되던 해 겨울이었다. 병원에는 임종을 맞는 환자들을 모시는 호스피스 방이라는 곳이 있는데, 아버지는 하루 사이에 그 호스피스 방을 너댓번 오간 끝에 떠나셨다. 아버지의 귓가에 "사랑했다, 잘 가시라"고 인사하던 엄마의 떨리는 목소리와, 당황하며 임종시간을 말하더니 멍하게 서 있는 내게 "힘내세요"라고 말하곤 도망치듯 사라진 초짜 인턴, 그리고 그 뒤로는 마치 아버지가 돌아가시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기계적으로 진행되던 장례절차들. 당시에는 정신도 경황도 없었는데 희한하게 시간이 지나고나니 오히려 기억이 또렷해진다. 그 날 문상을 왔던 사람들과, 그들과 나누었던 이야기.. 그리고 힘들어하는 나를 데리고나가 몰래 담배를 피우게 해줬던 친구들.. 모두가 어제 일인양 선명하다. 하지만 참 야속한 것은 세월이 갈수록 아빠의 얼굴은 흐릿해져간다는 것.


반면에 서른 둘에 돌아가신 할머니의 장례에 대한 기억은 그닥 많지 않다. 그보다는 오히려 돌아가시기 전에 마지막으로 뵈러 갔을 때가 더 기억에 남는다. 평생 엄마에게 모진 시집살이를 시키셨던 할머니는, 정신이 혼미한 상황에서도 엄마의 목소리를 알아 들으셨고 이내 아주 작은 소리로 "미안하다"고 답하셨다. 그리고는 그 다음날 새벽에 돌아가셨다. 고모들은 모두 할머니가 엄마를 만나고 가시려고 기다린 것 같다고 했었다.


사실 나는 죽음 앞에서는 늘 남겨진 쪽이었기 때문에, 가족을 남기고 가는 이들의 마음은 알지 못한다. 아니, 알 수가 없다. 하지만 남겨지는 입장으로서 말하자면, 떠날 때 하는 '미안하다'는 말 백마디보다 살아서 하는 '고맙다'라는 말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더 좋다. 마지막 작별인사로 하는 '사랑했다'라는 표현보다, 매일 세끼 밥 먹듯이 하는 '사랑한다'는 표현이 좋다. 글로 적은 장황한 당부의 말보다는, 한마디라도 말로 직접 전하는 작별이 더 좋다. 가족과 겪었던 세 번의 이별을 돌이켜보면 가족들의 이별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이별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결론은 "피차 있을 때 잘 하자"는 이야기. 그리하여 있을 때 잘해 둔 '훗날'의 나는,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 없이 즐거웠다는 감사의 인사를 하고 떠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일단, 어제 대차게 성질내고 냉전 중인 엄마와 화해부터 해야겠다. (2015/02/27 - [1일1식 시즌3 D+23] 2/25 : 명절갈등이 불러온 엄마의 우울증)


-점심 : 제육덮밥

-간식 : 빵

-저녁 : 육개장, 밥 (상갓집), 치킨 (조문 후 동료들과)


-걷기 : 총 6,534걸음

-발목운동 : 아침 발목펌프 10분 + 저녁 발끝치기 10분


-혈당체크 : 안함 (3월부터 재개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