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1식 시즌3 D+31] 3/5 : 6개월만에 다시 운전면허 도전

2015. 3. 8. 15:03Health/1일1식 시즌3 (~150326)

내일 모레면 마흔이건만, 나는 아직 운전면허가 없다. 남들은 그 나이에 자랑이다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는 사실 평생 운전을 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래서 운전면허를 따겠다고 결심한 것 자체가 얼마 되지 않는다.

나는 스스로 '후천성 바퀴 증후군'이라 일컫는 공포증을 가지고 있다. 바퀴가 달린 무언가를 내가 직접 운전하는데 대한 공포인데, 어릴적 브레이크가 망가진 두발 자전거를 타고 가파른 언덕을 내려오다 사고가 날 뻔 한 이후로 생긴 증상이다. 유치원 무렵의 일이라서 당시의 기억이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사고가 날 뻔 한 것 뿐이었는데도 증상이 이토록 심한걸 보면 꽤 대차게 놀랐었나보다 싶었다.

실제로 내게 자전거를 가르치려고 했던 모든 친구들도 공통적으로 "너는 자전거를 탈 줄 아는 사람이다. 다만 공포가 너무 심해서 타지 못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멀쩡하다가도 친구들이 자전거에서 손을 떼면, 그 순간 얼굴에 온통 공포가 서린다며. 아닌게 아니라 내가 느끼기에도 나는 발이 땅에서 떨어지는 것 자체를 무서워하는 것 같았다. 정신없는 와중에도 두 발이 모두 땅에서 떨어지면 패닉이 온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런데 1-2년 전 쯤, 엄마와 이 바퀴공포증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문제의 그 자전거 사고는 '일어날 뻔'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이었다는 것이다. 망가진 브레이크 때문에 자전거를 세울 수 없었던 나는 그대로 언덕길을 미끄러져 내려가다가 언덕 아래에 세워져있던 덤프트럭 밑으로 쑤셔박혔다고 한다. 그동안은 울면서 언덕을 내려가던 내 자전거를 지나던 아주머니가 몸을 날려 잡아주었다고 기억하고 있었지만, 사실은 기억과 완전히 달랐다. 나를 도와준 아주머니가 있긴 했지만, 그 분은 자전거를 세워준 것이 아니라 피칠갑을 하고 트럭 아래에 깔려있던 나를 꺼내주었다고 한다. 그러면 과일을 사서 그 아주머니 댁에 감사인사를 하러 갔던 것은 뭐냐고 물으니, 그건 혼자 트럭 아래에 갖혀있던 나를 꺼내준데 대한 감사표시였다고 했다. 친척 동생들이 내가 자전거를 타고 언덕을 내려가는 모습을 보기는 했지만, 트럭에 처박힌 것은 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 분이 아니었으면 나는 계속 거기 갖혀있을 수도 있었다고. 그리고 그날 저녁 나는 잠을 자다 갑자기 심하게 경기를 해서 병원에 실려가서 온갖 검사를 다 했단다.


오랜 기억의 왜곡을 풀어내고나니, 그제서야 나의 바퀴증후군이 그럴만 한 것이었구나 이해가 되었다. 그리고 그것을 이겨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 운전면허를 따야만 한다는 동기부여를 해준 일도 일어났다. 미국 근무 기회가 생겼다. 그것도 차 없이는 생활을 할 수 없다는 캘리포니아에서 일하게 될 지도 모르는 기회가. 미국 발령까지 남은 시간은 한달정도. 학원을 다니기는 싫어서 온갖 검색을 통해 정보를 얻어 기능까지는 통과했는데 (사실 기능시험 통과까지는 쉽다. 바퀴공포증인 나도 무리 없이 통과할 정도로), 문제는 주행시험이었다. 몸치에 공포증까지 갖추고 있다보니 정말 별의별 이유로 연거푸 고배를 마시게 되었고, 그 와중에 회사사정으로 미국 근무는 완전히 없던 일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그렇게 6-7개월이 흘러버렸다.


그리고 얼마 전, 서랍정리를 하다보니 유효기간이 3월 15일까지인 면허시험증이 노트 사이에서 툭 떨어졌다. 3월 15일이면 한 네 번 정도는 연달아 시험을 볼 수 있는 시간이 남은 셈. 이왕 시작한 것, 끝을 보자 싶어서 가장 가까운 날짜인 3월 5일 새벽 7시 30분으로 시험예약을 했다. 그리고 어젯밤에 경건한 마음으로 일찍 잠자리에 들어, 오늘 새벽같이 일어나 시험장으로 가서 시험을 보았다. 그렇다면 결과는?

안타깝게도 또 낙방이다. 핸들조작 미숙, 앞차 따라 불법유턴, 교차로 주황색신호 무시 등등 화려한 낙방이력을 자랑해왔는데, 이번에는 어이없게도 길을 잘 못 들어서 떨어졌다. 이번 사거리에서 유턴을 해야 하는데, 네비게이션 안내를 잘 못 들어서 다음 사거리에서 유턴인 줄 알고 2차선으로 진입을 해버렸다. 시험노선을 이탈하면 완전히 실격이 되는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2차선에서 억지로 유턴을 하다보니 엄청나게 점수를 깎였다. 그래서 주차까지 퍼펙트하게 해놓고도 낙방. 오죽하면 시험관 아저씨가 다 안타까워하더라. 다음 번에는 안내 제대로 듣고 꼭 붙으라며. ㅎㅎ

다음 시험은 월요일이다. 월요일에는 부디, 별다른 실수 없이 운전면허를 꼭 땄으면 좋겠다. 나도 자가운전자 한 번 되어보자고, 제발!!!



-점심 : 한정식, 카페라테, 브라우니


-걷기 : 총 9,377 걸음

-발목운동 : 안함


-혈당체크 : 안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