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제로] 네번째 실험 - 용도에 맞게 통장을 분리하자

2015. 3. 8. 17:50Wealth/빚제로 프로젝트

시작하기에 앞서, 감사인사를 드리고 싶은 분이 있다. 

사실 블로그에 방문자는 꾸준한 편이지만, 댓글이 너무 귀하다보니 정말로 이 블로그를 찾는 사람이 있긴 한걸까 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하던 참이었다. 그런데 방명록에 '빚제로 프로젝트'를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는 글을 남겨주신 고마운 분이 나타났다. 내 일상과 인생에 대한 로그를 남기기 위해 시작한 블로그이지만, 이렇게 지켜보는 눈길이 있다니 기분이 참 좋았다. 

익명으로 남겨주셨기에, 성함은 밝히지 않지만 그 분은 아마 아실 것이다. 그 분께 부족한 글이지만 함께 나눌 수 있어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 



이미지 출처 : http://economyman.tistory.com



그 동안은 사용하는 통장이 딱 두 개였다. 돈이 들어오는 통장, 그리고 나가는 통장. 성격상 여러개의 통장을 관리할만큼 꼼꼼한 편이 아니어서 모든 창구를 일원화하겠다는 의미로 그렇게 사용해왔던 것인데, 그러다보니 사실 모든 내역이 뒤죽박죽이었다. 매달 들어오는 급여나, 친구들이나 동료들과 식사를 한 뒤에 카드깡을 하고 받은 돈이나, 모두 한 계좌에서 관리하다보니 돈의 흐름을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 흐름을 파악할 생각조차 없기도 했었다)

게다가 제일 오래 사용한 계좌를 출금계좌로 사용하다보니, 누군가에게 계좌번호를 알려줘야 할때면 귀찮다는 이유로 출금계좌를 그냥 알려주기도 했었다. 이러니 돈이 각각의 용도별로 관리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로 뭉쳐진 덩어리로 관리되게 되더라. 어느 용도의 돈이 어느만큼 모자란다,가 아니라 그냥 돈이 없다,라는 판단만이 가능하더라는 것. 상황이 이렇다보니 나도 모르는 새 빵꾸가 나기도 하고, 가끔은 생각지도 않게 돈이 남기도 했다. 돈이 남는 경우에는 즐거운 마음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그게 공돈도 아니고 그래봐야 내 돈인데 좋아할 일이 아니라는 것을 예전엔 몰랐다.


그런데 빚제로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읽게된 자산관리 책들에서 공통적으로 짚는 대목이 바로 계좌를 용도에 맞게 나누라는 것이었다. 그러고보니 몇년 전에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던 [4개의 통장]이라는 책도 이런 얘기였던 것 같다. 인터넷 뱅킹을 쓰면서 계좌내역을 프린트해본 역사가 없었는데, 처음으로 1년간의 입출금 내역을 프린트해서 읽어보았다. 그 내역을 다 읽고나서야 알게된 사실은, 두가지다.

첫째. 신용카드로 대부분의 소비를 하고 있다면, 계좌를 나눌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간의 나처럼 입금과 출금계좌만 있으면 만사 OK다.

둘째. 신용카드 소비를 줄이고 현금위주의 소비를 하고 싶다면, 당장 계좌를 나누라는 것이다.


첫째나 둘째나 같은 말이다 싶겠지만, 사실은 굉장히 다른 얘기다. 내가 살펴본 1년간의 입출금내역 중, 10개월 가량은 신용카드 소비가 대부분이었던 시절이고 나머지 2개월은 현금을 주로 사용하려고 노력한 기간이었다. 그러다보니 신용카드 시절의 내역은 한 눈에 들어왔다. 어느 카드를 얼마큼씩 썼고, 그래서 얼마나 들어왔다가 나갔다는 것이 아주 명확하게 파악되었다. 그런데 반대로 최근 2개월 간의 흐름은 한눈에 알아차리기가 어려웠다. 게다가 입금계좌에 연결된 체크카드를 사용한 기록도 있다보니, 자금의 흐름이 전혀 읽히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수년간 반복해왔던 패턴을 깨고 계좌를 용도에 맞게 나누기로 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열 몇개로 나누는 경우도 있다고 했지만, 나는 비교적 간단하게 나눠보기로 했다.


1. 급여가 입금되는 계좌 : 매달 정기적으로 들어오는 급여만 입금할 수 있는 계좌

2. 입금 계좌 : 급여 이외에 입금되는 돈을 관리하는 계좌. 친구/동료들과의 식사 더치페이나, 빌려준 돈을 받는 등의 기타입금내역을 모두 관리한다.

3. 출금 계좌 : 모든 출금은 한 계좌로 몰기로 했다. 신용카드 결제부터 각종 공과금 자동이체를 하나의 계좌로 통일했다.

4. 생활비 계좌 : 일주일 용돈을 넣어두는 계좌. 대부분 현금인출을 하지만, 추가 용돈이 필요하거나 할 때 이 계좌를 사용한다.

5. 적금 : 말 그대로 적금계좌. 입금계좌와 생활비 계좌에서 남는 돈을 추려 입금하는 용도이다.


이렇게 나누고나니 매달 생활이 굉장히 클리어해진다. 매주 용돈 사용현황을 보려면 생활비 계좌를 확인하면 되고, 카드값을 입금할 때에는 (그 달 카드값에 더치페이 등의 내역이 있다면입금계좌에서 나가야 될 돈을 출금계좌로 먼저 입금하고, 그 다음에 급여계좌에서 차액만큼을 입금한다. 그러다보니 더치페이로 받은 돈을 먼저 써버리는 일도 없어서 좋고, 카드값이나 공과금은 미리미리 이체해두기 때문에 급여계좌에 남은 돈이 내가 관리해야 할 진짜 자산이기 때문에 계산이 한결 간편해졌다. 이렇게 몇 달 운용을 해보고 익숙해졌다 싶으면, 몇가지 계좌를 더 만들 계획이다. 여행경비를 미리 모아두는 계좌를 하나 더 만들 생각이고, 비상금 계좌도 하나 만들어둘 계획이다. 이렇게 차츰 계좌를 분리하다보면, 보다 현명하게 여유자금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빚제로 프로젝트의 중간보고를 하자면,

사실 일주일에 7만원 용돈은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10만원 내외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한 달에 얼마나 썼는지 가늠조차 못하던 시절에 비하면 비약적인 발전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처음 일주일 용돈을 10만원으로 하려다가 좀 더 아껴보자는 생각으로 7만원으로 제한을 했었는데,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7만원으로 제한을 했기 때문에 10만원 내외의 용돈을 쓸 수 있었던 것 같다. 10만원을 목표로 했다면 분명 그 이상을 썼을 것이다. 실제 가능한 것보다 좀 더 보수적인 목표를 잡는 것이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물론 다이어트만은 예외다 ㅋㅋ 그랬다간 광속으로 무너져버리겠지)

그리고 카드값도 0원을 만들지는 못했다. 소녀가장이기 때문에 집에 들어가는 고정비가 있는데, 신용카드 자동결제를 연결해서 몇가지 혜택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들어가는 고정비 만으로도 무시할 수 없는 카드값이 부과되고 있다. 이 부분을 현금으로 대체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좀 더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전체 카드값이 점점 줄어가는 것만은 확실하다. 지난 3-4개월간은 옷도 사지 않았고, 쓰잘데기 없는 물건들을 사들이는 습관도 거의 없앴다. 하지만 1일1식으로 인해 가중된 엥겔계수의 폭발적인 상승과, 계절이 바뀜에 따라 사고 싶은 옷들이 자꾸만 생겨나는데는 장사가 없다.

그리하여 꽤 긴 고민 끝에 일주일에 7만원 용돈 체계를 폐지하고, 예산을 계정별로 나누어 관리하기로 했다. 한마디로 각 계정별로 예산을 관리하겠다는 의미이다. 옷값에 얼마, 밥값에 얼마, 커피값에 얼마.. 이렇게 계정별로 예산을 편성해놓고 그 안에서 현금을 사용해보기로 했다. 3월 중순부터 시작될 예정인 계정별 예산의 편성은 이렇다.


=한달 용돈 총 40만원

-식대 : 20만원 (밥값과 커피값 포함)

-의상비 : 10만원

-자기계발비 : 5만원 (책, 영화 등의 문화생활과 수강료 등의 자기계발비)

-기타 잡비 : 5만원

여기에 버스와 지하철 등의 대중교통 비용은 포함되지 않으나, 택시비는 잡비에 포함됨


이 예산을 주 단위로 나누어서 관리할 지, 한 달 전체로 묶어서 관리할 지 고민 중인데.. 일단 식대만 주 단위 5만원 씩으로 나눠서 관리해보기로 했다. 현재 사용하는 주단위 예산이 거의 식대로 사용되는 것을 감안하면, 도리어 용돈을 줄이는 셈이지만 그 대신에 옷도 사고 책도 살 수 있으니 나름 당근과 채찍일 터이다. 이렇게 4월까지 한 달을 살아보고 다시 결과를 기록할 예정이다. 부디 좋은 결과가 있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