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권의 책 B+6] 리딩으로 리딩하라 - 세상을 지배하는 0.1퍼센트의 인문고전 독서법

2015. 3. 31. 00:27Self-Improvement/100권의 책



사실, 첫인상이 그닥 좋지 않은 책이었다. 실제로 읽어보기 전에는 [지적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류의 책일 것이라 생각했었다. 표지에 나온 인물들이 '이러이러한 책을 읽은 뒤로 크게 감명을 받아서 인생이 바뀌었다더라' 하는 권장도서 모음 다이제스트일 것이라 예상했기 때문에, 읽어볼 기회가 몇 번 있었음에도 그닥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그런데 설 명절에 이모댁에 갔더니 책 좋아하는 이모부의 서가에 이 책이 놓여져 있었다. '이 책을 여기서도 보네' 싶어서 책장에 기대서서 별 생각 없이 팔랑팔랑 넘겨보며 대충 훑어보았는데 어라?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뒤로 언제 한 번 읽어봐야지 싶었지만, 막상 읽겠다고 마음 먹으니 책이 잘 구해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전자도서관에서 운좋게 대여에 성공해서, 지난 주말 내내 읽었다.


책의 내용은 간단하다. "어떤 의미로든 인생을 바꾸고 싶다면, 아주 치열하게 인문고전을 읽으라"는 것이다. 수세기, 혹은 수십년에 걸쳐서 고전으로 인정된 인문고전 작품들은 그 시대가 인정한 천재들이 남긴 유산이므로, 그 책을 읽는다는 것은 그 천재에게 1:1로 가르침을 받는 것과 같다는 것이 저자의 지론이다. 또한 글자를 읽는 것에 만족하지 말고, 한 장을 읽는데 수개월이 걸린다해도 책의 내용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고나면 두뇌는 가히 폭발적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둔재에 가까웠던 위인들이 정규교육이 아닌 인문고전 독서만으로 천재의 반열에 오른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이렇듯 인문고전의 중요성을 역설하기 위해 저자가 이야기한 가설들은 매우 인상적이다. 그리고 대부분 저자의 의견에 동의한다. 오늘날 자본주의의 시작이 서양의 철학자들로부터 시작된 것이기에, 서양철학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경제의 흐름을 읽는 눈을 가지게 될 것이라는 대목이랄지.. 인문학을 지반으로 한 통찰력을 지녀야 진정한 리더가 될 수 있다던지.. 앞서 말했듯 평범 혹은 그 이하의 아이들이 인문고전 독서교육을 받고나서 천재로 거듭났다던지.. 저자가 설명하는 인문고전의 중요성에 대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거의 모든 성공의 비결이 인문고전인 것처럼, 0과 1의 논리에 가까운 설명이 반복되다보니 좀 불편해져 버리더라그리고 이 내용을 맹신하는 사람들이 생겨나면, (저자가 걱정한대로) 영혼없는 인문고전 읽기 광풍이 불겠구나 싶었다. 책 뒤에 부록으로 달려있는 저자가 추천하는 인문고전 커리큘럼을 보고나니 더더군다나 그렇겠구나 싶다. 특히나 자식을 천재로 만들고 싶은 부모들이 권장도서들을 짝으로 사다 나르겠구나 싶은 느낌적인 느낌. 어쩌면 추천도서들을 묶어서 전집이 나오지 않을까, 그걸 홈쇼핑에서 99900원에 판매하지 않을까, 하는 실없는 릴레이 상상까지 해본다.


어쨌거나 이 책은 한 번도 읽어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인문고전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해준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그래서 나도 한 권 정도 읽어볼까 싶기는 하지만, 한두시간 안에 훌렁훌렁 읽고선 돌아서면 홀랑 잊어버리는 가벼운 소설류에 찌들어있는 내 경우에는 우선 고전을 읽을 수 있는 탄탄한 그릇부터 만드는 것이 먼저가 아닐까 생각된. 지금 하고 있는 이 '100권의 책 프로젝트'의 대미를 인문고전으로 읽어보는 건 어떨까. 100번째 책으로 어떤 작품을 읽을지 남은 1년간 아주 천천히 고민해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꽤 근사한 인문고전 읽기의 시작이 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실제로 읽어보고 싶은 매우 유력한 후보작이 하나 있긴 하지만, 남은 1년간 그 생각이 바뀔지 그대로 유지될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1년 뒤에 쓰여질 대망의 100번째 책 리뷰를 기대하시라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