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권의 책 B+5] 나는 궁금해 미치겠다 - 지구상에서 가장 무모한 남자의 9가지 기발한 인생실험

2015. 3. 30. 00:53Self-Improvement/100권의 책




1년 동안 100권의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겠다고 다짐했건만, 이게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그 결심을 한 후부터 지금까지의 내 독서량은 대충 계산해도 마흔권이 넘는다. 하지만 문제는 독후감을 쓸만한 책은 없더라는 것이다. 한때는 소설책만 읽을 정도로 편향된 독서습관을 가지고 있었던 터라 이번에 그 습관을 고쳐보려 했지만,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소설로 푸는 오랜 습관을 고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게다가 근래 들어서는 갑자기 바빠진데다, 주어지는 대부분의 일들이 머리 아파하며 정리해야 하는 것들이다보니 다분히 킬링타임적인 책들을 선택하게 되더라. 그리하여 읽기는 했으나, 그 기록을 남기기에는 좀 애매한 독서가 대부분이었다. 

안되겠다 싶어서 다시 집 앞 도서관 출입을 하며 책을 읽으려 노력 중인데,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책을 읽다보니 어느새 술술 넘어가는 쉬운 문장에 익숙해졌는지 초반에는 채 읽지도 못하고 반납하는 책들이 꽤 많었었다. 그래서 좀 소프트한 책부터 접근해보기로 하고 고른 책이 바로 이 작품이다.


미국 잡지 [에스콰이어]의 편집자인 작가는, 온갖 이론들을 본인에게 직접 실험해보는 '인간 모르모트(혹은 기니피그)' 프로젝트로 유명한 사람이라고 한다. [미친 척하고 성경 말씀대로 살아본 1년]이라는 전작의 제목만 봐도 이 사람의 캐릭터가 대충 그려진다. 그런 그가 자신과 자신의 일상을 재료로 9가지 실험을 했다고 한다. 목차만 대충 훑어봐도 흥미진진해 보여서 당장 대출해서 읽어보았다. 그 각각의 실험과 결과는 다음과 같다.

약간의 (혹은 꽤 많은?) 스포일러 있습니다. 싫으신 분은 패스.




첫 번째 실험. 나의 인터넷 데이트 : 온라인에서 아름다운 여성인 척 하기

자신의 아이들을 돌봐주는 미혼의 아름다운 미셸에게 남자친구를 만들어주겠다는 (속보이는) 목적 하에, 그는 인터넷 데이트 사이트에 미셸의 아이디를 만들고 그녀의 섹시한 사진을 프로필로 설정한다. 당연히 자뻑파부터 소심파까지 온갖 남자들이 작업을 걸어오고, 그는 그 중에서 옥석을 가려 적당한 남자를 미셸에게 추천한다.

가상의 자신에게 구애해오는 수많은 남자들에게 거절의 메세지를 날리면서 저자는 희열과 재미도 느꼈지만, 한편으로는 약간의 죄책감을 느꼈던 모양이다. "아름다운 얼굴에는 죄책감이 부록처럼 따라다닌다"며, 자신을 향한 끝없는 관심은 감정적으로 대단히 고된 경험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런 감정은, 실제로는 저자가 거절 당하는 (비교적 훌륭하지 않은 외모를 지닌) 남자의 입장에 더 가깝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실제로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 있고, 그래서 주변의 관심이 익숙해진 사람들은 그것을 즐기다 못해 공기처럼 여기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는데 말이다. 그래서 이 실험은 아쉽게도 반쪽짜리라고 생각한다. 다시 태어나지 않는 한, 100%의 실험이 불가능한 영역이기도 하지만.

 


두 번째 실험. 아내에게 대신 사과 좀 해주세요! : 모든 것을 아웃소싱하기

인도에 있는 아웃소싱 회사에 본인의 인생을 아웃소싱한 이야기이다. 저자는 개인분야와 업무분야 별로 2명의 비서를 채용하고 그들에게 공적/사적인 모든 일을 일임한다. 기사에 쓸 자료 보내기, 스팸메일처럼 끊임없이 홍보자료를 보내오는 업체에게 거절메일 보내기, 가족들에게 선물보내기, 어머니에게 안부인사 하기, 하다 못해 부부싸움 후의 사과와 사랑한다는 말까지도 아웃소싱 비서가 대신 전달한다.

굉장히 극단적인 실험이다 싶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저런 세월이 곧 올 수도 있겠구나 싶기도 하다. 의미가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귀차니즘에 매몰되어 모든 것을 남에게 맡기고 정작 본인은 넋놓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이미 주변에 차고 넘치지 않는가. 그래서 한편으로는 괜찮은 창업 아이템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대신 우리나라에선 인도인이 아니라 조선족들이 업무를 담당하겠지. 아, 이건 좀 보이스피싱처럼 여겨지려나.



세 번째 실험. 나는 당신이 뚱뚱하다고 생각합니다 : 획기적인 정직 실천하기

브래드 브랜튼이라는 사람이 주창한 운동이라고 하는데, '뇌와 입 사이의 필터를 제거하고' 말해야 한다고 한다. "당신의 사무실은 참 코딱지만하군요"랄지, 소제목처럼 "나는 당신이 뚱뚱하다고 생각합니다" 처럼 우리가 생각만 할 뿐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는 이야기들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화법이다. 거의 의식의 흐름에 따라 말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하다. 

저자의 말처럼 이 실험의 최고장점은 시간이 상당히 절약되고, 커뮤니케이션이 획기적으로 심플해진다. 내가 획기적으로 정직해지면, 상대도 그럴 수 밖에 없기 때문일 것이다. 주말에 만나자는 친구에게 괜한 핑계를 댈 것 없이, 그냥 그럴 마음이 없다고 말하면 된다. 그렇다고 친구가 그 말에 상처를 받거나 하진 않을 것이다.

물론 이 획기적인 정직을 모든 상황에 대입할 수는 없겠지만, 이런 운동이 등장했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가 불필요하게 상대를 배려하고 눈치를 보며 살아가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싶다. 쓸데없는 미사여구는 다 빼버리고 솔직하게 사는 것도 용기가 필요한 일이구나 싶다.



네 번째 실험. 240분 동안의 명성 : 스타로 살아보기

영화 [샤인]의 노아 테일러와 닮았다는 저자가, 그와 똑같이 변장을 하고 아카데미 시상식에 다녀온 이야기다. 정작 노아 테일러 본인은 수줍음이 너무 심해서 이 자리에 올 생각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저자가 대신 자리를 '빛내줘서(!)' 감사해했다고 한다. 

이 챕터는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있을 것 같다. "일단 유명해져라, 그러면 네가 똥을 싸도 사람들은 환호할 것이다"라는 누군가의 말은 정말 명언이다.



다섯번째 실험. 합리성 프로젝트 : 일상에서 모든 편견과 오류 몰아내기

여섯번째 실험. 알몸에 관한 진실 : 누드모델 되기

일곱번째 실험. 악수대신 절을 하는 남자 : 조지 워싱턴의 원칙대로 살기

흥미로웠지만, 사실 이 챕터들은 내 취향은 아니었다. 



여덟번째 실험. 오디세우스 작전 : 한 번에 한가지 일만 하기

오디오북을 들으며 고속도로를 운전하다가 사고를 낸 저자가, 멀티태스킹을 금하기로 하고 실행한 '집중'에 대한 실험이다. 매 순간을 멀티태스킹하며 살아온 저자가 밥을 먹을 때는 대화 없이 밥만 먹고, 샤워 할 때에는 라디오 없이 샤워 자체에만 몰두하며(이건 내가 굉장히 좋아하는 일이다) 한 번에 하나의 일에만 집중하려고 하지만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 그래서 대안을 찾던 그는 오디세우스처럼 자신을 회전의자에 묶고 원고작업에 돌입하기도 하고, 명상에 심취하는가 하면, 자신이 하는 모든 행위를 소리내어 말하기도 한다. 그 중 가장 효과가 있었던 것은 자신이 하는 일을 소리내서 말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고, 감정을 조절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하는데.. "나는 지금 신호등을 건너고 있다", "나는 지금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다" 같은 문장을 말하면 이상한 사람으로 보이기 쉽겠다 싶지만, 머리 속이 복잡할 때 속으로 되뇌어보아도 좋겠다 싶다.



아홉번째 실험. 채찍질을 당하다 : 한 달동안 아내로 살기

한달동안 아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하는 실험이었다. 소제목이 '채찍질을 당하다'라는 것이 좀 거슬리긴 했지만, 저자가 평소에 아내가 얼마나 많은 일을 하며 슈퍼우먼처럼 지내는지 깨닫게 되는 것을 보고나니 일반 부부들도 하루나 이틀쯤 도전해봐도 좋겠다 싶었다. 하지만 이 챕터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자기예언'에 대한 부분이었다. 축약해서 설명하면 그 의미를 해칠 듯 하여, 문장 그대로를 옮겨본다.

우리의 실제 결혼생활은 내가 책에서 묘사하는 그대로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중략) 그런데 이상한 점이 포착되었다. 우리의 현실이 글을 따라가기 시작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우리는 점점 더 내가 책에서 묘사한 각자의 캐릭터에 맞춰 행동하고 있다 (중략) 아마도 이런 현상은 비단 작가들 뿐 아니라 모든 부부관계에서 목격되리라 생각한다. 남편과 아내가 각자의 꼬리표 - 게으름뱅이, 신경질쟁이, 깜빡이 -를 달고 거기에 맞춰 행동한다. 이는 이제껏 수많은 실험을 해오면서 내가 터득한 것이기도 하다. 우리 삶의 거의 모든 것이 '자기 충족적 예언'이라는...

생각해보면, 나도 가족을 포함한 인간관계에서 나도 모르는 새에 '자기예언'을 하고 있었다. 그 자기예언을 내가 희망하는 바대로 바꿔보는 것만으로도 그 관계가 달라질 수 있겠구나 생각해본다. 그리고 저자가 다음 번 책에서는 그 실험을 해보면 어떨까 생각해보았다. 저자에게 꼭 실행에 옮겨달라고 메일을 써볼까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