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1식 D+34] 11/22 - 생강으로 족욕을 하니 발이 따끈따끈

2014. 11. 23. 00:12Health/1일1식 시즌1 (~141210)

11월 22일 토요일. 흐리고 비.


이 책 저 책 들춰보다가 새벽 3시에 잠이 들었는데 의외로 이른 시간에 눈이 떠졌다.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또 책을 읽고, 영상을 보고, 페북질을 하다가 박차고 일어난 시간이 오전 11시. 오늘은 엄마와 외식을 하기로 한 날이다.

나의 친가와 외가는 정말 극과극의 가풍을 가지고 있다. 그 정반대의 특징이 가장 빛을 발하는 대목이 바로 음식이다. 이북 출신의 친가는 한마디로 고기러버들의 집단이다. 고기 없이는 밥을 먹고 싶지 않아하는 사람들만 모여있다. 뭔가 이름이 붙은 날이면 다같이 버글버글 모여서 정말 더는 먹을 것이 없는 순간까지 지글지글 볶고 끓이고 튀기고 구워댄다. 명절의 대미는 늘 오밤중에 먹는 두루치기였다. 그날 아침에 지낸 제사음식을 모두 넣고 칼칼하게 끓여낸 두루치기를 먹어야만 그 해의 명절이 끝나는 느낌이었다.

반면에 외가는 고기에 별로 취미들이 없으시다. 온갖 채소와 생선들을 즐기는 편이다. 그 중에서도 입이 가장 짧은 우리 엄마는 닭고기도 못 드시고, 돼지고기를 드시기 시작한지 이제 고작 10여년째이다. 최근에는 닭고기에도 도전해보겠다고 하시지만, 냄새가 역하다고 하니.. 당최 권할 수가 없다. 하지만 엄마도 나이가 드시면서는 한 달 반에서 두 달에 한 번 꼴로 고기를 드시고 싶다는 말씀을 하신다. 속이 허하고, 체력이 영 달린다는 느낌을 받으면 고기가 당긴다고 한다. 에브리데이 육식라이프를 지향하는 나로서는 (그래서 늘 속이 든든한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만, 덕분에 늘 나도 거하게 고기를 먹을 수 있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오늘이 바로 그 디데이였다.

오늘의 행선지는 얼마전에 검색을 해서 찾아두었던 홍대의 무제한 고기뷔페였다.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두루 즐길 수 있고, 특히 돼지고기의 품질이 좋다고 해서 쌩얼에 머리는 하나로 질끈 동여묶은 추레한 꼴로 토요일 오후의 홍대를 찾았건만.. 고기는 사실 생각보다 좋지 않았다. 질보다는 양과 종류로 승부한 식사였달까. 어제에 이어 블로그 맛집추천은 믿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한 순간이었다.


거하게 고기를 먹고서는 집에 돌아오는 길에 생강 1kg을 샀다. 생강차를 먹은 뒤로 입마름 현상이 좀 줄어드는 듯 하고, 결정적으로 울렁거림이나 헛구역질이 완전히 사라졌다. 그런데 1일 1식을 한 뒤로는 발끝이 얼어붙을 지경으로 차가워져서 고민을 했더니, 친구가 그럴땐 생강으로 족욕을 해보라고 추천해줬다. 차로 마시는 것도 버거운 생강으로 족욕을 하라는 것이 너무 과하다 싶기도 하고, 진짜 효과가 있긴 한걸까 싶어 검색을 해봤더니.. 발이 찬 경우에는 생강을 음용하는 것보다 피부에 직접적으로 닿게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한다.

그리하여 제사 때가 볼 수 있는 가장 큰 솥에 물을 가득 붓고, 생강 1kg을 모두 투하한 뒤에 한시간 반을 다렸다. 평소 차를 마시던 양이라면 한시간으로 충분했겠지만, 양이 많으니 생강차 향이 우러나는데도 시간이 꽤 걸렸다. 그렇게 다려낸 생강차를 더운 물을 담은 대야의 1/3 정도를 채우고 10분간 족욕을 했다.


얼핏 프렌치 네일같아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 페디큐어 관리를 안한거다. 페디큐어 지우는 것도 귀찮은 1인.


느낌이 어땠냐고? 생강차를 먹었을 때 속에서 불이 나는 것 같았던 느낌보다는 훨씬 덜했지만, 발이 화끈화끈 달아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좀 더 깊은 높이의 족욕용 대야가 있었더라면 복사뼈 윗쪽까지 담글 수 있었을텐데 조금 아쉬웠지만, 그래도 따끈따끈하니 기분이 좋았다. 다만 물의 온도를 생각보다 낮게 잡았는지, 금새 물의 온도가 식었다는 점이 아쉬웠다. 족욕을 할 때에는 늘 물의 온도를 40도 정도로 맞추는 것이 좋고, 그러기 위해서는 온도계를 장만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꼭 그럴 필요가 있을까 싶으면서도 어느새 귀는 막 팔랑거리고 있다. ㅎㅎㅎ

내일은 손발이 찬 엄마에게도 족욕을 해드릴 예정이다.



오늘 뭐 먹었지?

고기부페 1인분 (자세한 내용은.. 음.. 생략한다 ㅠㅠ)

아이스 아메리카노 1잔

뻥튀기 조금


오늘 얼마나 걸었지?

6,770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