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권의책 B+1] 길 위에서 하버드까지

2014. 12. 1. 02:02Self-Improvement/100권의 책

한 소녀가 있다. 그녀의 가족은 뉴욕의 우범지대에 산다. 남들이 넝마주이라 부르는 아버지와, 실명의 위기에 처한 어머니는 마약중독자이다. 정부에서 매달 보조금을 보내오지만, 부모는 이 돈을 마약을 사는데 쓰느라 보조금이 지급된지 닷새도 되지 않아 소녀와 소녀의 언니는 굶주림에 시달려야 한다.

소녀의 부모는 코카인 중독이었고, 남들은 이것을 대부분 코로 들이키는데 반해 그들은 혈관에 주사를 꽂았다. 어린 딸이 보는 앞에서 부모는 시시때때로 마약을 했고, 소녀는 부모의 눈동자가 팽창하고 그들의 마른 몸이 경련을 일으키는 것을 지켜보는데 익숙해졌다.

1회분의 코카인은 5달러였다. 그 돈이 없으면 엄마는 값이 나가는 것이면 무엇이든 팔았다. 가전제품도, 딸의 겨울외투도, 그리고 자신의 몸도. 그리고 아버지는 집에서 엄마가 자신의 몸을 내 준 대가로 구입해오는 코카인을 기다렸다.

하지만 엄마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딸들을 데리고 돈 많은 남자와 마약을 하러 다니는데, 그 남자가 어린 딸들에게 몹쓸 짓을 하는 것도 눈치채지 못한다. 결국 소녀의 실토로 진실을 알게된 엄마는 다시 집으로 돌아오지만, 이내 자신이 에이즈 환자가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마약에 중독되고, 차례로 에이즈 환자가 된 부모. 그런 부모의 보살핌을 받지 못해 자연히 거리에서 노숙을 하게 된 소녀는, 거리에서 연인을 만나지만 그 역시 마약중독자가 된다. 친구들의 집을 전전하던 그녀는 어느날 '친구들도 방값을 내주지는 않는다'는 명징한 사실을 깨닫고,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개척해가기로 결심한다.

그리하여 겨우 중학교만 졸업한 소녀는 대안학교에 입학하고, 2년 만에 4년 과정을 따라잡는다. 건물의 옥상에서 스웨터를 이불삼아 잠이 들고, 거리 청소년들을 위한 급식소에서 끼니를 해결하면서도 그녀는 절대로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결국 뉴욕타임즈 장학금을 받아 하버드에 입학한다.


자서전이고, 실화다. 신파의 요소는 모두 갖추고 있지만, 신파스럽지는 않다. 그런 불우한 환경이 세상에서 겪은 전부이자 우주인 소녀의 시각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다보니, 차라리 담담하고 담백하다. 하지만 담담한 문체라고 해서 감정이 전달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저 엄마가 좋아하는 것이기에 간혹 수중에 돈이 생기면 엄마에게 돈을 쥐어주곤 했던 소녀가, 엄마가 에이즈에 노출된 사실을 알게되자.. 엄마가 자신이 건넨 5달러로 에이즈에 감염된 주사기를 산 것은 아닐까 슬퍼하는 장면은 특히 가슴이 아팠다. 부모님이 싸운다거나, 집안에 뭔가 심각한 일이 있을 때마다 그것이 내 탓인 것은 아닐까 고민했던 내 어린 날의 기억과도 겹쳐치며 그 감정이 너무나도 이해가 되었다. 왜 어린아이들은 그토록 모든 것을 자신의 탓이라 생각하는 것인지...

그리고 부모의 사랑과 관심이 당연하지 않고, 먹을 것이 당연하지 않고, 따뜻하고 냄새나지 않는 집이 당연하지 않은 환경에서 자라온 아이가 어떤 식으로 스스로를 포기하는지도 알 수 있었다. 새삼 내가 아이답게 자랄 수 있고, 나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 환경에서 자랐음에 감사하게 되었다(라는 것은 공식입장이고.. 더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꽤 많은 것을 포기하며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은 것을 포기했음을 알게 되었다. 저런 상황에서도 그토록 열심히 사는데, 나는 좀 비겁했다는 생각이 들더라).

이런 류의 책들은, 결국 성공스토리로 대리만족을 얻는다기 보다는 '내가 남들보다 더 나은 환경에서 살았거나 살고 있음을' 느끼기 위한 것이 아닐까 싶다. 비록 주인공보다 훨씬 나은 상황이었음에도, 그보다 노력이 훨씬 부족했을지언정.


덧붙임) 이 책의 원제는 "Breaking Night"이다. 자신이 처해있는 어두컴컴한 '밤을 깨부순다'는 의미인데.. 부제로 쓰인 '길 위에서 하버드까지'가 제목으로 쓰였다는 것이 조금 아쉽다. 판매량에는 도움이 되겠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