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권의 책 B+3] 지금 시작하는 부자 공부 - 부자 공부에 늦은 때란 없다

2014. 12. 26. 22:53Self-Improvement/100권의 책

요즘처럼 돈에 대한 책을 많이 읽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한때 시크릿 류의 책들을 이렇게 열심히 읽어댔었는데, 스무권 가까이 읽고나니 그 책들의 저자들이 표현하는 방식은 각기 달라도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본질은 같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되었다. 물론 지금도 간혹 꽂히는 책이 있으면 (무슨 얘기를 할 지 뻔히 알면서도 짐짓 속아주는 척) 사서 보곤 하는데, 무슨 얘기를 할 지 몰라서가 아니라 좀 더 내게 와닿는 언어로 말을 해주는, 좀 더 나를 자극하는, 그리고 좀 더 나에게 적합한 방법론을 제시하는 저자를 찾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겠다.

사실 돈에 대한 이야기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직 시크릿 류의 책만큼 많이 읽어본 것은 아니지만, 다섯권 정도 읽어보고나니 돈에 대한 책도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그리고 물론 앞으로도 나는 나에게 좀 더 맞는 이야기를 해주는 저자를 찾아 계속 부자가 되는 법과 돈을 모으는 법을 설명하는 책들을 읽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현재 스코어 내 주파수와 가장 잘 맞는 책이 아닐까 싶다. 특히 부자가 되는 직접적인 방법보다도 부자의 마인드를 설명하는 대목에서 나를 자극하는 구석이 많았다. 전자책 도서관에서 대여해서 읽었는데, 이렇게 슥 읽고나면 책 내용을 곧바로 잊어버리게 될 것 같아 노트에 인상에 남는 구절들을 옮겨 적어놓았다. 저작권 북마크는 대부분 캡쳐를 하고 마는 내 평소 스타일을 감안하면, 내게 이 책이 꽤 인상적이었구나 싶다.



이 책에서 기억에 남는 내용은, "당신은 이미 최고의 자산을 가지고 있다"는 대목이었다.

나 스스로가 인적자본(human capital)이라는 것이다. 자고로 자본은 극대화하기 위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하는 법이니,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평가한 뒤에 스스로에게 투자하라고 한다. 하나 밖에 없는 자산이니만큼 신중히 결정해야 함은 물론이다. 자기 자신도 자본이니 투자해야 한다는 대목 만큼이나 인상적이었던 것은, 투자 시에는 리스크와 기대수익을 따져봐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나 스스로에게 투자할 때에도 원금 보장 여부, 원금 손실 위험, 기대수익을 따져야 한다고. 이를 위해서는 투자를 위해 얻고자 하는 것, 투자에 따르는 비용과 위험, 그리고 투자를 하고도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때에는 어떻게 할 지에 대한 대책까지도 마련해야 한단다.

사실 굉장히 당연한 말인데도, 나로서는 처음 접하는 프레임이었다. 사실 스스로를 놓고 내리는 꽤 많은 결정들이 상당히 즉흥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던가 (남들은 어떨지 몰라도 적어도 나는 그래왔다). 몇날 몇일 숙고를 하고 내린 결론보다는, 그때그때의 필요와 감정에 따라 결정하는 것들이 많았구나 하는 반성이 든다. 스스로에 대한 투자와는 다소 다른 이야기지만, 어린 시절의 나는 꽤 쉽게 이직을 결정하는 편이었다. '버텨라'라는 정서보다는 적절한 시기에 맞게 이직을 해서 몸값을 높이는 것이 당연시되는 분야에서 일을 해오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그 당시의 내 엉덩이는 꽤 가벼운 편이었다. 그 당시의 내가 이직을 하는 것에 대해 저렇게 전략적으로 접근했다면 지금의 상황은 어떻게 달라져있을까 생각해본다. 초년시절 이직 횟수가 너무 잦다는 이유로 놓친 수많은 기회들을 생각해보면, 꽤 다른 삶이었을 수도 있겠구나 싶다. 새삼, 그 옛날의 내 결정에 대해 깊이 깊이 반성해본다.


월급노예에 대한 부분도 마음에 깊게 남는다.

고용주들은 직원들에게 '황금족쇄'를 채운다고 한다. 젊고 유능한 직원들에게 높은 연봉과 돈을 펑펑 쓰지 않을 수 없게 하는 조직 분위기를 함께 제공한다. 그러면 그 직원들은 그 분위기와 자신의 늘어난 연봉에 휩쓸려서 점점 씀씀이가 커지고, 그러다 점점 더 대출과 카드한도를 늘여가고.. 그들은 과잉부채에 시달리는 직원들은 남들보다 더 열심히, 많이, 오래 일해야 한다. 이렇게 한 번 월급노예가 된 직원은, 다시는 연봉수준은 낮아도 '저녁이 있는 삶'을 영위할 수 있는 회사로 옮겨갈 수 없다고 한다. 

아, 이거 내 얘기잖아 싶은 대목이었다. 얼마 전에 월 실수령액을 기준으로 한 대한민국 급여통계를 다룬 기사를 보았는데, 내가 속한 구간은 굉장히 상위에 속한 집단이었다. 내가 많이 번다고 자랑을 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우리나라의 급여수준이 얼마나 처참한지를 단적으로 볼 수 있게 한 대목이었다. 10여년 전의 내 월급은 70만원이었다. 무슨 일을 하든 너나 할 것 없이 모두의 월급이 70만원 정액제라서 퇴근 후에 삼삼오오 모여 술을 마시며 "우린 비앙카보다도 못 버는 인간들이다"라는 자조섞인 대화를 나누던 사람이었다. 그 뒤 내 월급은 조금씩 조금씩 올라 지금에 이르렀는데, 워낙 오래된 얘기인지라 지금도 그와 비슷한 연봉이 유지되는 곳이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다.

잠시 이야기가 샜지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70만원을 받던 그 당시의 내 주머니 사정이 지금보다 더 나았다는 것이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결코 많은 연봉이 아님에도 나 역시 그렇게 회사가 쳐놓은 족쇄에 매여있는 신세라는 의미인데, 많이 버는 것보다는 잘 쓰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그 심플한 진리를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되었다. (물론 적게 쓰는 것만큼이나 많이 버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덜 쓰는 것이 더 버는 것보다 훨씬 더 쉽다는 것에는 아마 다들 동의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