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1식 시즌2 D+8~14] 12/20~26 : 폭풍먹방에도 0.2kg 감량! 또 한 번 리셋을 해보자!

2014. 12. 26. 22:06Health/1일1식 시즌2 (~150202)

12월 20일 토요일


전직장 동료 중에 굉장히 좋아하던 개발자 언니가 있었다. 한때 내게 "너 소질 있어 보인다. 나한테 개발 배워볼래?"라는 황송한 제안도 해줬고, 다른 개발자들이 안된다고 해도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주던 언니였다. 기획자로서의 내에 든든한 빽으로 느껴지는, 그런 사람이었다. 명쾌한 업무스타일과 서로에 대한 이해와 배려라는 면에서 어쩌면 내 기획자 경력에서 최고의 개발자라 해도 과언이 아닐, 그런 사람이었다.

하지만 언니는 몇년 전 모든 경력을 내려놓고 아이 엄마로서의 인생을 시작했다. 함께 일했던 사람으로서는 그 능력과 재능이 못내 아쉬웠지만, 첫아이의 돌잔치에서 칭얼거리는 주인공을 안아 달래며 환히 웃던 언니의 모습이 참 좋았다. 그리고 그 이후로는 엄마로서의 그녀의 행보를 지지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리고 오늘은 그런 그녀가 오랜만에 육아를 내려놓고, 기획자 동생들을 보러 시내 나들이를 하는 날이었다.

하지만 육아에 지친 언니는 이미 예전의 그 언니가 아니었다. 무슨 이야기를 해도 아이들과 육아 이야기로 귀결되는 대화에 나와 함께 만났던 동생은 급속도로 지쳤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얼마나 대화에 목이 말라 있는지, 하지만 그럼에도 그 대화의 9할 이상이 아이 이야기라는 것이 참 슬펐다. 일행들과 헤어지고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마음 속으로 기도했다. 언니의 아이들이 얼른얼른 자라나기를. 그래서 언니가 예전의 모습을 얼른 되찾을 수 있기를. 남들도 잘 챙겼지만, 스스로에 대한 심지가 누구보다도 곧았던 그 옛날의 그녀로 돌아오기를.

-미고렝, 니시고렝, 치킨캐슈넛볶음, 딤섬 플래터

-아이스라테, 모카브레드 2조각

-짬뽕밥

-총 7,404 걸음



12월 21일 일요일

나는 닭을 참 좋아한다. 어찌나 좋아하는지, 힘들면 생각나는 음식 중의 하나가 '닭으로 된 무언가'이다. 자취를 할 때에도 마음이 힘들거나 하면 들통에다 그날 집에서 뒹굴대던 사람 수 만큼의 닭을 깨끗이 씻어넣고 푹푹 달여서 삼계탕을 만들어 먹곤 했다. 야들야들하게 삶아진 닭다리를 친구들의 밥공기에 푹푹 덜어주고, 내 몫의 닭날개에 잘 익은 김치를 척척 얹어 먹으며 내 지친 마음을 달래곤 했다. 그래서인지 지금은 따로 살고 있는 그 당시의 동거인들이 지금도 만나면 그 때의 삼계탕 얘기를 한다. 가끔 내가 끓인 삼계탕이 생각나는 날이 있노라고.

그리고 내가 힘들어보인다 싶으면 엄마는 아무 말 없이 닭요리를 해주신다. 정작 엄마를 닭냄새가 싫어서 지금껏 닭이라곤 제대로 드셔본 일이 없으면서, 딸을 위해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뚝딱 닭요리를 만들어낸다. 그 메뉴도 꽤 다양해서, 어느날은 삼계탕이기도 하고, 어느날은 닭볶음탕이기도, 또 어느날은 닭찜이거나 닭다리 바베큐 구이이기도 하다. 어쩜 간 한 번 보지 않고서도 뚝딱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내는지.

그런데 요새 내가 힘들어보였나보다. 푹 자고 일어나니 엄마가 예고도 없이 닭볶음탕을 내민다. 밥 없이도 먹을 수 있도록 슴슴하면서도 칼칼하게 끓여낸 닭볶음탕을 뚝딱 먹고나서 종일 뒹굴대다가 영화를 보러 집 앞 CGV에 갔다. 생일기념 콤보를 준다기에 캬라멜 팝콘을 먹으며 [님아 그 강을 건너지마오]를 보다가 신나게 울었다. 한 사람과 80년 가까이 산다는 것이 대체 무엇일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데, 그 사람을 먼저 보내는 마음이라니. 나로서는 그 상실감을 상상할 수 없는데, 할머니가 울면서 "할아버지 불쌍해서 어쩌냐"고 말하는 대목에서 완전 오열했다. 홀로 남은 나를 위해 우는 것이 아니라, 먼저 간 사람이 불쌍하다고 우는 할머니는, 대체 할아버지를 얼마나 아끼고 사랑하는 것일까. 저런게 진정한 백년해로구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혼자 남으신 할머니가 건강하시기를.

-닭볶음탕

-캬라멜 팝콘, 헛개수 1병



12월 22일 월요일

점심시간에 병원진료를 본 뒤, 혼자 김가네김밥에서 김치볶음밥을 씹었다.

-김치볶음밥

-커피우유 1팩, 호두 3알



12월 23일 화요일

거하게 조개찜을 먹기로 한 약속이 있어서 점심에는 골기마사지를 받으러 갔다. 올해 2월엔가 끊어놓은 '약손명가' 복부마사지 20회 쿠폰이 아직도 10회 정도가 남아있다. 좀 받을만하면 알레르기가 오고, 완치 후에 다시 좀 받을만하면 종기가 생기고 해서 한 번에 5회 이상을 받아본 적이 없는데, 1일 1식 하는 동안에 마사지를 받으면 좀 더 부스팅효과가 있지 않을까 해서 2015년 1월 내에 남은 횟수를 모두 소진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이 마사지라는 것이 참 묘한게, 처음 받을 때는 정말 '내가 왜 돈을 주고 고통을 샀나'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점점 받으면 받을수록 시원하다는 생각이 든다. 뱃살을 꼬집고 뜯고 누르고 밀고 사람의 살가죽에 할 수 있는 모든 자극을 집중 투하하는데, 처음에는 그저 고통 뿐이더니 이제는 고통 끝에 뱃속에 뭉친 무언가가 시원하게 풀어지는 느낌이 든다. 이렇게 착실하게 남은 횟수를 다 채우고나면 무척 서운할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기 시작한다. 어머, 나 이러다가 또 거금 쓰겠네 ㅎㅎ

퇴근 후에는 목동사거리 근처의 조개찜 집에 가서 조개찜과 굴찜을 먹었다. 전날 점심을 부실하게 먹고나서 24시간 이상을 굶었다 밥을 먹었더니 지나치게 달렸다. 너무 굶주리면 그 끝이 좋지 않다는 것을 처절하게 배운 하루였다.

-조개찜, 굴찜, 해물파전, 오징어숙회



12월 24일 수요일

"크리스마스 이브에 무스쿠스 가서 점심을 먹자!"고 도원결의한 네 명의 여자가 있었다. 그 중 셋은 어제 식도 바로 아래까지 그득그득 조개찜과 굴찜을 채워넣었던 멤버. 하지만 소화가 덜 된 위장을 안고서도 무스쿠스에 가서 용맹스러운 식욕을 자랑했다. 디저트까지 풀코스로 미션클리어.

이렇게 먹고도 영화만 보는 것을 조건으로 하고 만난 저녁약속에서 뜬금없이 부대찌개를 먹게 되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부대찌개라니.. 이렇게 먹고도 부대찌개라니.. 위장이 쭉쭉 늘어나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점심 : 무스쿠스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저녁 : 부대찌개, 아이스라테



12월 25일 목요일

크리스마스. 전날 미친 듯이 먹은 대신 하루종일 굶으려고 했지만, "갈비탕이 먹고 싶다"는 엄마의 성화에 갈비탕 집에 가서 이냉치냉으로 비빔냉면을 먹었다. 후식으로는 크리스마스 기념 조각케익 한 조각.

-비빔냉면

-아이스라테, 조각케익 1개



12월 26일 금요일


이렇게 광란의 먹방을 시전한 한 주를 보내고, 오늘 아침에 완전 긴장하며 체중을 쟀다.

그런데!! 0.2kg이 줄었다!!!!

많이 먹어대면서 그동안 쌓인 변비가 해소되어서가 아닐까 싶은데.. 덕분에 나는 또다시 리셋을 할 동기부여와 용기를 얻었다. 

-퇴근 후 저녁으로 집밥